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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문

하늘의 문

by cecile_j 2023. 7. 8.

산드로 보티첼리, 책을 보고 계시는 성모님(1480)

 가톨릭교회에는 성모마리아를 부르는 애칭이 대단히 많다. '하늘의 문'도 그중 하나다.

 하와의 불순종으로 인해 지어진 죄의 매듭을 성모님께서 '그대로 제게 이루어지소서'라는 순종으로 푸셨고, 그로 인해 천국 문이 다시 열렸다는 의미일 것이다.

 일부 개신교 목회자나 신자들은 천주교를 마리아 교회라고 비난하기도 하고, 성당 앞에 세워놓은 성모상에 절하는 것에 대해 우상숭배라고들 한다. 천주교에는 세 가지 예가 있다, 흠숭지례, 상경지례, 공경지례가 그것인데 흠숭은 오직 하느님께 바치는 것이고, 상경과 공경은 성모님과 성인들에 대한 예이다. 개신교 신자에게 이런 얘기를 하며 주님께 대한 공경과는 엄연히 다르다고 하면 말장난하지 말라고 한다. 그러나 그 세 가지는 실제로 엄밀하게 구분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모든 가톨릭교회의 제단 위에는 감실이라고 하는 곳이 있다. 보통 작은 금고 같이 생긴 이곳에는 성체가 모셔져 있다. 감실에 빨간 불이 들어와 있으면 감실 앞에 성체가 보관되어 있다는 표시다. 만약 불이 들어와 있는 감실 앞을 지나면서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지 않으면 고해성사 때 고백하고 용서받아야 하는 죄에 해당한다. 그러나 성모상 앞을 지나면서 인사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것이 죄이고 고해성사 때 고백해야 한다는 말은 듣도 보도 못했다(물론 고의로 성모상을 훼손한다든가 하는 것은 죄다).

 

 또 죄 중에서도 정말 무거운 죄가 성체 모독이다. 예를 들어 미사 중 성체를 받아 바로 입에 넣지 않고 집에 가져간다든가 버리는 것은 대단히 무거운 죄다. 몇 년 전에 어느 여초 커뮤니티에서 성체를 집에 가져가서 낙서한 후 사진을 찍어 올려서 크게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이 성체 모독죄를 저질렀을 때는 일반적인 사제에게 용서받을 수 없고, 오로지 교황님에게 고해성사함으로써만 용서받을 수 있다. 당연히 그때까지는 영성체 해서도 안 된다. 옛날에는 영성체 할 때 신자가 실수로 성체를 바닥에 떨어뜨리면 사제는 그날 식사 한 끼를 굶어야 했다는 얘기도 있다. 또한, 평신도는 사제의 손을 통하지 않고 직접 성체를 집어 영할 수 없게 되어있다. 성체가 담긴 성합에는 오로지 권한을 부여받은 사람만 손을 댈 수 있다.

 

이 정도는 되어야 '흠숭'이지.

(브랜트 피트리에 따르면 흠숭과 공경의 본질적인 차이는 희생제물 봉헌 여부에 있다고 한다)[각주:1]

 

 그리고 성당 마당에 성모상이 세워져 있는 것은 사탄이 성모님을 지독히 싫어하기 때문이라고 얼핏 들은 것 같다. 요한 묵시록 12장에는 성모님과 관련된 얘기가 나온다(그 직전에 '계약의 궤'가 나타나는데, 이에 대해서는 추후 포스팅하기로 한다). 태양을 입고 달을 발밑에 둔 여인이 12개의 별로 된 관을 쓰고 나타나 모든 민족을 다스릴 사내아이를 낳는다. 용이 그 아이를 삼키려고 기다리고 있다가 아이가 하늘로 들어 올려지자 여인을 쫓아간다. 여인은 천사들의 보호로 안전한 곳으로 피신하고, 용은 여인을 해하려고 별수를 다 쓰다가 뜻대로 되지 않자 '여인의 나머지 후손들, 곧 하느님의 계명을 지키고 예수님의 증언을 간직하고 있는 이들'과 싸우려고 떠나갔다고 되어있다. '하느님의 계명을 지키고 예수님의 증언을 간직하고 있는 이들'이 '여인의 나머지 후손들'이라고 표현되어 있다. 가톨릭교회에서는 성모님을 교회의 어머니로 여긴다. 여기 나오는 용은 주지하다시피 사탄을 상징한다.

 여기에서 보듯이 사탄은 성모님을 해코지하지 못한다. 이것은 가브리엘 대천사가 성령으로 인한 잉태를 성모님께 알리러 방문하여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라고 말했을 때의 그 '은총'과도 관련이 있다. 루카 복음서에 의하면 성모님이 친척 엘리사벳을 방문했을 때 엘리사벳이 성령으로 가득 차 '여인 중에 가장 복되시다'라고 외친다.

당신은 여인들 가운데에서 가장 복되시며 당신 태중의 아기도 복되십니다.내 주님의 어머니께서 저에게 오시다니 어찌 된 일입니까?

이제부터 과연 모든 세대가 나를 행복하다 하리니, 전능하신 분께서 나에게 큰 일을 하셨기 때문입니다.

 사탄이 해할 수 없을 정도로 주님의 은총을 가득 받은 피조물이 또 어디 있는가? 사탄이 '해한다'는 것은 단순히 해친다는 정도의 의미가 아니라 교묘하게 죄짓도록 유혹하고 하느님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드는 것이다. 개신교에서는 모든 세대가 성모님을 복되다고 하기는커녕 '가짜 신' 정도로 깎아내린다. 굳이 폄하까지 하지 않는다고 해도, 사실상 성모님에 대해 관심 자체가 없다. 오직 성경만이 진리라면서 성령께서 엘리사벳의 입을 빌어 성모님을 '주님의 어머니'라고 찬미하는 내용은 왜 간단히 무시해 버리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성모님이 신이 아니라는 것은 가톨릭 신자들도 너무 잘 알고 있는데 가짜 신이 웬 말인가. 인간 왕의 어머니도 '모후'라고 칭하며 예우하는데 하물며 그리스도의 어머니를 모후라 부르고 공경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지 않은가? 인간 왕에 대한 예와 모후에 대한 예도 '흠숭'과 '상경'처럼 엄연히 구분되기는 마찬가지다. 만약 내가 알고 지내던 사람이 어느 날 대통령 선거에 출마해 당선되었다고 하자. 혹은 대통령까지는 아니더라도, 평소 조금은 어렵지만 무척 사랑하고 존경하던 사람이 있다고 하자. 그 사람의 어머니를 만났을 때 그냥 '아주머니'라고 부르고 아무 예의도 차리지 않을 수 있을까? 제발 프로테스탄트들은 기승전'성모 공경하라고 성경에 나와요?'라고 좀 하지 말길 바란다. 공경해선 안 된다고도 안 나와 있으니까.

 사탄 또한 주님의 피조물이므로 자신이 감히 창조주께 대항하지 못한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안다. 잘 알기에 하느님께 대적하지 않고 하느님의 계명을 따르는 인간들과 싸워 그들을 지옥으로 끌고 가려고 한다. 그런 사탄에게 인간이신 성모님을 결코 이길 수 없다는 것은 너무나 치욕적이다.

 전에 넷플릭스에서 구마 사제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다. (아쉽게도 지금은 없어졌다) 영화 '엑소시스트'의 감독 윌리엄 프리드킨이 바티칸의 구마 사제 가브리엘 아모르트를 주인공으로 해서 만든 작품이다. 영화에는 실제 구마 예식 장면이 잠깐 나오는데, 사제가 구마경을 외우는 동안 친지들은 곁에서 묵주기도를 바치고 있다. 묵주기도를 하는 동안에는 성모송을 50번 이상 바치게 되므로, 사탄이 아주 질색하리라는 것을 상상할 수 있다.

 

성당에 성모상을 세워놓는 것에 대해 일부 개신교 신자는 탈출기 20장 3절~5절을 근거로 비판한다.

 

너에게는 나 말고 다른 신이 있어서는 안 된다. 너는 위로 하늘에 있는 것이든, 아래로 땅 위에 있는 것이든, 땅 아래로 물속에 있는 것이든 그 모습을 본뜬 어떤 신상도 만들어서는 안 된다. 너는 그것들에게 경배하거나, 그것들을 섬기지 못한다.

 

 

어떤 모습을 본뜬 신상도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되어있다. 이 문장을 문자 그대로만 받아들인다면 수많은 르네상스 예술가들의 작품이나 심지어 아이들을 위한 그림 성경책에 나오는 예수님의 삽화도 모두 우상이라는 말이 된다. 그 그림들과 예수상이나 성모상과의 차이는 무엇인가? 저 말씀은 한 분이신 하느님 외의 다른 것을 우상으로 만들어 그것을 신으로 섬겨서는 안 된다는 뜻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인간은 어쩔 수 없이 감각적인 동물이다. 성화나 성상은 그 자체를 신으로 섬기기 위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주 눈으로 봄으로써 신앙심을 일깨우고 하느님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도록 하기 위한 것인데 그것을 가지고 우상 숭배라고 하는 것은 글쎄, 다소 낮은 차원의 논쟁인 것 같다. 눈에 보이는 성물을 통해 신앙심이 더 강해지는지 아닌지를 생각해 보면 된다.

 

 

 

 

 

 

 

 

 

 

  1. 브랜트 피트리, 임성근 옮김, 2022, 「마리아의 신비를 풀다」, 바오로딸 [본문으로]